2025년에도 절망은 계속된다. 부디 올해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끝나길 바랐지만, 여전히 가자 지구는 화염에 휩싸여 있다. 이스라엘은 휴전 협정을 비웃듯 폭격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 지구 식민화를 주장하며 인종 학살에 가세했다. 한국의 거대 기업들은 이스라엘에 무기와 중장비를 내다 파는 중이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역시 이 학살의 ‘공동정범’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영화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자유를 부르짖기로 했다. 올해 ‘디아스포라 인 포커스’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주제로 2000년대 발표된 다양한 영화를 모았다.

20여 년간 팔레스타인 난민의 삶을 성실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돌아온 남자〉와 〈세 가지 논리적 탈출법〉의 감독 마흐디 플라이펠은 극영화 데뷔작 〈낯선 곳을 향해〉로 다시 인천을 찾았다. 전형성을 거부하고 돌파하며 비극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낯선 곳을 향해〉는 단연코 올해의 발견이다. 22명의 팔레스타인 감독들의 경이로운 생의 의지가 담긴 〈그라운드 제로로부터〉는 학살의 참상을 공감각적으로 일깨운다.

다큐멘터리 역시 엄선했다.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고스트 헌팅〉, 〈안녕 티베리아스〉는 극과 극의 재현 전략으로 놀라운 힘을 뿜어낸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출신 감독들이 공동 연출한 프로젝트 〈루트 181〉(2003)과 〈노 어더 랜드〉(2024)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중 2025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인 〈노 어더 랜드〉는 단연 논쟁적이다. 지난 3월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학술 문화 보이콧 캠페인(PACBI)은 〈노 어더 랜드〉의 기획 개발을 지원한 이스라엘의 다큐멘터리 단체 ‘클로즈 업’의 식민주의 입장, 그리고 이스라엘 출신 공동 연출의 아카데미 시상식 발언을 지적하며 〈노 어더 랜드〉가 가해국 이스라엘의 악행을 교묘히 감출 수 있음을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지지해 왔던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이후 논쟁을 예의주시했다. 그러던 중, 팔레스타인 출신의 함단 발랄 감독이 이스라엘 군에게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곧 테러의 현장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상영하고 관람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테러에 저항하고 감독과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관객들은 아직 〈노 어더 랜드〉를 ‘충분히’ 보지 못했다. 이제부터 이 영화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본격 시작할 것이다.

재일조선인 학자이자 디아스포라영화제 자문위원이었던 고 서경식 선생의 유산은 계속된다. 영혼의 단짝 가마쿠라 히데야 감독과 함께 제작한 〈울려 퍼지는 목소리: 에드워드 사이드로부터〉, 〈가자에 뿌리내리다: 라지 슬라니와의 대화〉도 놓치지 말자. 무엇보다 한국 내에서도 팔레스타인의 현실에 귀 기울이는 영화인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스라엘 친화적인 한국 사회 속에서 팔레스타인의 존재를 가시화한 〈언허드: 마사페르 야타를 지켜라〉, 〈팔레스타인을 위한 두 대의 카메라〉의 제작진에게 응원과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이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