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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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하나와 어린 동생 나데르 남매는 전쟁을 피해 시리아에서 이스탄불로 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는 열심히 돈을 모아 동생과 함께 유럽으로 가서 정착하려는 꿈을 꾼다. 집 안 한쪽에서 네일아트를 연마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도 그래서이다. 어느 밤, 하나는 튀르키예 출신의 이보와 잠깐의 교감을 나누고 내적 환기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 〈거의 확실한 거짓〉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안하고 불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남매의 현실과 감정의 드라마를 그려나간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더 과감하게 표현하고, 드러내고, 꾸미고 싶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지만 제 앞의 현실적 조건 사이에서 씨름할 수밖에 없다. 앞선 그녀의 욕망은 끝까지 내달리지 못한 채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고 유예될 것이다. 한편, 여러 면에서 누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데르는 흔들리는 누나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고 조마조마하다. 모든 게 명확하지 않은 삶의 조건 위에 감정적 격랑이 일렁인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들 남매가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좌표를 잃고 끝 간 데 없이 떠돌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제 막 성인의 세계로 진입한 하나와 유치가 빠지기 시작한 나데르의 급변의 시기를 묵묵히 바라보려 한다. 미래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의 이들을 지켜봐야 한다는 듯이. (정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