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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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단편영화제에 소개된 〈작은 쇼핑 카트〉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몬트리올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베트남인 어머니는 식료품점에서 거절당한 할인 세탁 세제 12개를 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극 중에서는 베트남어와 프랑스어가 교차되는데 캐나다 몬트리올의 공용어는 프랑스어다. 디아스포라 영화에서 ‘소통되지 않는 언어’는 창작자들에 의해서 반복적으로 변주되는 주제다. 〈작은 쇼핑 카트〉 역시 이 소통의 불가능성을 줄기에 놓고 설계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작은 쇼핑 카트〉의 특별함은 이 ‘소통의 불가능성’이라는 근본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놓고, 장르적인 기법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쇼핑센터에서 벌어지는 베트남인 어머니와 그의 통역사 역할을 하는 딸, 그리고 세탁 세제의 계산을 거부하는 쇼핑센터 직원들 간의 대화에서는 ‘서스펜스’가 발생한다. ‘서스펜스’를 발생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작은 쇼핑 카트〉의 서스펜스는 물러서지 않는 각자의 ‘욕구’가 충돌하고, 욕구의 충돌에서 물러서지 않으려는 각자의 꼿꼿한 ‘태도’가 연이어 부딪힐 때 발생한다. 신체적 움직임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언어를 중심으로 서스펜스의 기운을 불어넣는 것은 단순히 대사의 완성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액션/리액션 숏의 배치, 컷의 지속시간, 앵글의 정확한 설계 등 기술적 테크닉이 요구되고 〈작은 쇼핑 카트〉는 이를 성취한다.

〈작은 쇼핑 카트〉의 극 중 배경은 크리스마스 시즌으로 추정된다. (쇼핑센터 안 대화 장면에서 은은하게 캐롤이 깔린다) 1년 중 그래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간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벌어지는 언어의 사투와, 그것을 표현하는 영화적 테크닉은 〈작은 쇼핑 카트〉를 ‘몬트리올에 사는 베트남 가족이 겪는 차별’로 요약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런데 한 가지는 더 생각해 보고 싶다. ‘약자’의 요구는 언제나 정당한가? 〈작은 쇼핑 카트〉는 2024년 전주국제단편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이다. (박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