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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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가부장적 무슬림 문화의 폭압적 상징으로, 때로는 이슬람을 비롯한 비서구권을 휘두르려는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쓰이는 히잡. 같은 히잡이지만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는 상징인 만큼, 히잡에 대한 어떤 비평보다 중요한 것은 히잡을 쓰거나 벗고자 하는 무슬림 여성 당사자의 이야기일 것이다.

엘라헤는 부모님의 이사를 돕기 위해 이란 마슈하드에 있는 그녀의 고향에 왔다. 짧은 머리에 히잡을 쓰지 않는 엘라헤는 자유분방한 태도로 가족들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부모의 만류와 자매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결국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가족 모임에 참석한다. 아버지는 화를 내고 어머니는 잔소리를 쏟아내고 자매들은 안절부절못한다.

역시나 시류를 따르지 않는 돌출 행동은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분란과 갈등을 만든다. 그러나 이런 갈등을 거쳐야 비로소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시류와 당연한 것에 묻혀 드러낼 수 없었던 진짜 이야기가.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도 가족 모임은 무사히 진행되고, 엘라헤의 고집 덕에 집안 여성들 각자가 히잡에 얽힌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녀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드러나는 순간, 그 이야기가 히잡을 쓰는 이유이든 쓰지 않는 이유이든, 그녀들은 존재 자체로 아름답다. 물론 그 순간은 강요된 신념에 저항하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매 순간 투쟁하기로 한 엘라헤의 용기가 만든 명장면이다. (마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