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이란의 한 사무실을 25년간 청소해 온 나비는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는다.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 노동을 멈출 수 없지만 회사는 그의 처지를 봐주지 않고 손쉽게 더 젊은 노동자로 업무를 대체한다. 카메라는 나비가 해고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사무실을 떠나기까지 마지막 노동하는 모습을 주목한다. 현실 속에서 나비와 같은 이주 노동자는 분명 존재함에도 마치 유령처럼 외면당한다. 〈나비〉는 의도적으로 나비 이외의 모든 존재들을 프레임 밖에 위치시키며 고집스럽게 나비에게만 주목한다. 그리고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시선의 집념으로 나비의 현실을 더욱 비극적 순간으로 이끈다. 비극이 존재의 욕망과 현실의 조건이 서로 상충되며 벌어지는 서사적 요동이라면 나비의 비극적 순간은 노동해야 하는 자와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 여기는 자본의 체제 사이에서 발생한다. 거대한 철옹성을 한 개인이 무너뜨릴 수 있을까? 〈나비〉는 그 불가능성을 강조하며 역설적으로 이것을 문제화한다. (이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