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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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출신 남성 조슈아와 인도 출신 여성 에샤나. 두 사람이 한국의 작은 공장에서 이주 노동자 신분으로 우연히 마주친다. 남자의 이름을 전해 들은 여성은 그가 기독교인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파키스탄은 인구의 절대적 다수인 95퍼센트 이상이 이슬람을 믿고 있는 나라로서 남자는 말하자면 종교적 소수자다. 두 사람 각각의 고유한 개별성과 차이는 한국의 비숙련 저임금 노동 시장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땅에서 그들은 그저 똑같은 ‘이주 노동자’로 손쉽게 간주될 뿐이다. 산업연수생 제도를 거쳐 지금의 고용허가제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이주 노동자 정책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엄격한 통제주의적 태도로 시종일관하고 있다. 한국의 ‘이주 노동자’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이주 없는 노동’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영화 속에서는 ‘문신’이라는 테마가 반복되는데, 무언가를 새긴다는 행위는 기억의 문제와 연동되어 모종의 의미를 발생시킨다. (이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