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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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물에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강당에 모인 중장년의 여성들을 향해 한 남성이 말한다. 여기는 독신 참전 용사를 위한 기숙사이며, 그들이 사망했다면 더 이상 당신들은 배우자로서 이곳에 남아 있을 수 없다고. 여기에 마이크를 잡은 한 여성이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수도와 전기 요금을 낼 용의가 있다고. 국가를 위해 싸운 이들이 죽었을 때 그들의 배우자는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제목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 다큐멘터리는 아무런 설명 없이 갈등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이후 최소한의 맥락이 자막으로 등장하지만, 주요 인물인 야오의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야오는 20년 전 대만으로 이주한 중국 여성이고, 비자와 연금을 위해 80세가 넘은 독신 참전 용사를 만나 그가 사망할 때까지 짧은 결혼 생활을 마쳤다. 이후 이곳에서 세 명의 참전 용사를 더 돌봤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 것은 그녀가 역시나 고령인 네 번째 참전 용사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다.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국민당 정부가 수백만의 군대와 관료를 이끌고 대만으로 이주한 뒤 건설한 독신 참전 용사를 위한 기숙사, 1987년 그들의 본토 방문이 허락된 후 그들과 결혼하여 대만으로 이주한 중국 여성, 이 모두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려 한다. 고령의 참전 용사들은 죽음을 앞두고 있고 여성들은 강제 이주될 것이며 기숙사는 부서질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작별과 시작 사이〉는 야오의 현재를 통해 이들의 여정을 그려보려 노력한다. 계속되는 죽음과 비워진 공간, 떠도는 이름들이 우리의 기억과 호명을 촉구한다. (김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