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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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메이와 함께 베트남에서 대만으로 해외 유학을 온 20대 여성 천은 고학생이다. 학교 공부에 더해 공장 일까지 병행해야 하는 고된 일상의 흐름 속에서도 타국 생활 2년 차에 접어들면서 큰 무리 없이 적응 중에 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보다 나은 학업 환경을 찾아 타이베이의 대학으로 전학을 꿈꾸게 되고 마침내 성사 직전까지 가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직면한다. 대만에서 천은 ‘학생’과 ‘노동자’라는 두 개의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선순위는 확연히 학생 쪽을 향해 있다. 수단으로서의 노동과 목적으로서의 학업. 그러나 글로벌 자본주의 분업 체제하에서 베트남 출신 유학생을 바라보는 대만 다수자의 시선은 ‘비숙련 저임금 노동력’ 쪽으로 부당하게 기울어 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더 나은 곳’은 천에게는 언감생심. 현실은 그저 어둡고 시끄러운 공장에 무겁게 고여 있는 것이다. 그녀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이따금 스치곤 하는 어느 남성 이주 노동자와의 가깝고도 먼, 혹은 멀고도 가까운 묘한 거리감이 기억에 남는다. (이종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