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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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일은 23년 만에 동생 현주와 재회했다.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과정에서 현일은 모종의 이유로 한국에 홀로 남았고, 최근 아버지의 장례식을 계기로 현주와 연락이 닿은 것. 미국에 사는 현주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해외에 가게 된 현일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아직 과거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로, 그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왔을 서로의 시간에 다가가야 한다. 밥을 먹고 공원을 산책하며 조금씩 대화를 이어가던 그들은 현일이 묵는 숙소에서 술의 힘을 빌려 성큼성큼 거리를 좁혀간다. 〈우리의 거리〉는 재현할 수 없는 과거의 일을 빈틈으로 남겨둔 채 둘이 다시 내딛는 첫걸음을 응원한다. 극적인 사건은 기분 좋은 리듬이 넘실대는 일상적 대화가 대신하고, 이국의 풍경이 따스함과 외로움을 함께 전한다. 함께 하지 못했던 시간이 물들이는 후회와 아쉬움은 석양이 넘어간 뒤 밤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난다. (김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