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아내를 미국으로 떠나보낸 에두아르는 딸아이와 함께 단둘이 살아간다. 그의 일상은 아내가 보내온 카세트 소리로 가득하다. 좁은 배를 타고 미국으로 밀입국해야 했고 이민국에 붙잡혀 강제 추방당해야 했던 아내의 모든 경험들이 카세트의 스피커를 통해 에두아르의 일상을 파고든다. 아내의 목소리는 아이티에서 시민권자로 살아가는 에두아르의 삶을 일순간 이주 노동자의 삶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주권자로 살아가는 아이티의 일상과 불법의 존재로서 추방당해야 하는 미국의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주장한다. 감독은 서로 이접될 수 없는 두 시공간을 연결 짓기 위해 ‘꿈’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다. 사운드와 이미지의 몽타주 틈 사이로 몽환적인 꿈과 같은 순간들이 개입될 때 관객은 환희와 절망을 동시에 경험한다. 애초에 맛보지 못한 달콤함이라면 상상조차 못하련만 이미 행복을 경험한 자들에게 과거의 행복은 반드시 붙잡고 싶은 춘몽일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꿈의 이미지들이 모두 감독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영감이란 사실만으로도 〈종이배의 꿈〉은 가상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이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