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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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문이 열리거나 닫히는 것은 힘없는 이들에게는 불가항력 같은 문제를 안긴다. 아무리 애쓰고 기다려도 뜻대로 도모할 수 없는 사건이 그 경계를 넘어 삶을 위협하고 만다. 전쟁의 포화가 국경을 넘지 않을지 두려워하는 것과 경계를 가로질러 도착할 풍요로움과 안녕이 차단되는 것 사이에 우리의 불운과 행운은 어떻게 자리하게 될까?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곳에 있어 다행인 걸까? 아니면 국경을 넘어야 했을 생산수단을 얻지 못해 불운한 걸까? 영화 〈가란〉의 주인공 남자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경계에 선 채로 그 사이에서 길을 잃는 것처럼 보인다. 심장은 불타오르는 심상으로 가득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길을 안내할 빛을 잃는다. 하지만 우리도 다를 바 없다. 처음에 우리가 보았던 소는 누구의 것일까? 남자가 본 것은 소일까, 아니면 자신의 소망일까? 불이 꺼지면 어떤 불안과 마주하게 될까? 경계 위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보증받지 못하는 것만 같다. (한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