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39명의 베트남인들이 영국으로의 이주 과정에서 냉동 화물 컨테이너에 갇혀 죽었다. 냉동 시설이 꺼진 그 안에서 역설적으로 뜨거운 열기에 의해 죽어갔다. 그들은 보이지 않게 죽었고, 그것은 다양한 의미에서 그렇다. ‘불법’이라는 표딱지가 붙은 이민자들은 보이지 않게 국경을 넘어야 하며, 그래서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컨테이너에 숨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 안에서 그 누구의 도움에도 포착되지 못한 채 죽었다. 이 영화는 돌과 얼음의 비유와 열화상 카메라 이미지를 사용하여 이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다. 영화 초반부, 투명하게 반사되는 거울 면 위에 놓인 얼음과 돌은 마치 하늘 속에서 녹는 것 같다. 돌과 얼음은 베트남어로 같은 발음을 공유한다. 돌이 된다는 것은 얼음이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고, 돌은 얼음이 된다. 숲속의 커다란 바위들 위로 39명의 사망자들의 이름이 오르는 마지막 애도의 장면이 이 비유의 힌트가 될 것이다. 영화 후반부의 열화상 카메라 이미지는 돌과 얼음의 이미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죽음을 말하기. 열기 속에서 죽어간 이민자들의 신체는 열화상 카메라에 검정색으로 포착되었을 것이다. 역시 보이지 않는 죽음. 이 비유가 윤리적인지, 이 죽음을 다룬 영화의 방식이 불편하지 않은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실험적이고 아무리 비유적이어도 실제의 비극을 다룬다는 것은 불편함을 일깨운다. 그 불편함 속에서 이 영화는 애도의 공간을 만들어 내려 노력한다. (함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