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프로그램 노트​

황폐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섬세하게 반영하는 작품이다. 조지 밀러 감독은 어린 시절 납치되어 고향에서 강제로 이주당한 주인공 ‘퓨리오사’의 여정을 통해, 뿌리 뽑힌 존재가 겪는 고통과 저항의 서사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디멘투스’라는 허황되고 폭력적인 인물로 상징되는 가부장적 권력 구조에 의해 고향과 어머니를 잃은 퓨리오사는 복수를 향한 집념 속에서 타자의 질서와 언어에 적응하면서도, 고향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복수에 대한 집념과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이 뚜렷하게 분리되지 않고, 뒤엉켜 하나의 정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퓨리오사의 고향인 ‘녹색의 땅’은 과연 복수를 끝낸 후에 도달할 수 있는 낙원일까? 영화는 단순한 복수극에 머물지 않고, 상실감이 불러일으키는 고통, 고향에 대한 기억과 강제 이주한 사회 속에서 축적되는 경험이 경합하면서 생성되는 개인의 새로운 정체성, 그리고 복수 이후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해방의 불완전함을 통해 디아스포라적 존재의 다층적인 내면을 조명한다. (함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