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2025
13회 영화제(2025)
프로그램 노트
버지니아 울프가 말한 ‘자기만의 방’은 여성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던 걸까. 〈공원〉은 이주민과 이주 노동자에게도, 어쩌면 소외된 자들 모두에게, 자기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에게 전한다. 대만에 거주하는 두 인도네시아 시인은 어둑어둑한 밤에 타이난 공원에서 만나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자신들이 써 온 시를 낭독하는데, 날짜와 장소가 적힌 그 글귀는 마치 일기장에 적힌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내밀한 대화는 그들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두 사람은 공원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는, 오로지 공원 안에서만 울리는 자신들만의 라디오 방송을 만들어서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말하려 한다. 그 이야기가 울려 퍼지는 마지막 장면은 특별히 감동적이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함께 노래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낭만이, 도시의 번잡한 삶 속에서 잃어버린 듯한 그런 낭만이 여름날 밤 캄캄한 공원에서 울려 퍼진다. 공원을 지키는 경비실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마치 그들은 포모사(Formosa, 아름다운 섬)라는 낭만적 별칭의 대만 땅마저 지키는 듯하다. (한창욱)
소여헨SO Yo-hen
Dorm (2021)
Hut (2019)
NALAM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