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연계 작품해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일시 및 장소 5.19.(일) | 13:00 | 애관극장 5관
작품해설 이종찬

※포커스 연계 작품해설은 13:00부터 약 20분간 진행됩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선언 이후 전쟁과 추방을 경험한 세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 남성이 가난과 절망의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줄 일자리를 구하고자 쿠웨이트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 아래 그들은 자신들을 이동시켜 줄 물탱크 운전사를 고용하여 남몰래 국경을 넘어가고자 한다. 팔레스타인 작가 가산 카나파니의 원작 소설 「태양 속의 남자들」(1963)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936년 팔레스타인 북부 아크레에서 태어난 카나파니는 팔레스타인 해방전선의 책임 대변인이었고, 같은 조직의 기관지 『알 하다프』의 창간인이자 편집장을 역임했다. 팔레스타인 민족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을 소설, 희곡 등 다수의 문학 작품들을 통해 그려낸 그는 1972년 의문의 자동차 폭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재일조선인 서경식 선생은 1970년대 말 무렵 카나파니의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은아버지를 즉각적으로 떠올렸다고 고백한다. 당신의 작은아버지 또한 소설 속 팔레스타인 난민들처럼 밀항자였기 때문이다. 일본의 패전 이후, 이전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조선과 일본 사이의 통로가 닫혀버리자 작은아버지는 작은 어선의 기관실에 숨어 몰래 일본으로 밀항했다. 혹시라도 들킬까 봐 기름이 담긴 드럼통에 목까지 담가 숨었다고 한다. 서경식 선생은 그때의 기억을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카나파니의 『태양 속의 남자들』을 읽자, 나는 어렸을 때의 비밀스러운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났다. 탱크로리의 탱크에 숨어들었던, 그리고 어선의 기관실에 숨어들었던, 살기 위해 경계를 넘어서려 했던 팔레스타인 난민과 작은아버지. 그런 작은아버지의 존재가 나에게는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할 때 중요한 좌표축이다.”(서경식, 「『태양 속의 남자들』이 던지는 물음─‘우리들’은 누구인가?」, 『언어의 감옥에서』, 권혁태 옮김, 돌베개, 2011) (이종찬)

작품해설 이종찬

(비평적) 에세이스트. 대학(원) 영문과에서 문예비평 및 문화이론을 공부하고, 비판적 문화연구 집단 ‘문화사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경계의 사유로부터 촉발된 문학과 예술의 사회적 존재론에 매혹을 느낀다. 「재난, 그리고 절규의 공동체」(2014), 「마이크로토피아 시대의 예술」(2017), 「디아스포라와 죽음」(2024) 등의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