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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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디아스포라] 키오스크의 세계에서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특별 기획 프로젝트

[접속;디아스포라]

 

일상 생활 속에서 쓰고 있는 수많은 단어 속에서 '디아스포라'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마련한 코너,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가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통해서 어떻게 풀이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낯설지만, 이제는 낯설 수 없는 디아스포라를 일상 언어를 통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써주신 단어 풀이, 정지은 문화평론가가 필자로 함께 합니다.

디아스포라 '단어' 이야기, 함께 읽어 보아요. 


 

[접속; 디아스포라] 키오스크의 세계에서   

 

공연을 보고 나왔습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 키오스크 두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할인을 받으려면 대면으로는 어렵고 반드시 키오스크 기계를 통해야 한답니다. 차량 번호를 입력하고,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과하다 보니 시간이 길어집니다. 바코드 인식까지 하고 끝난 줄 알고 그냥 가버리는 앞사람을 잡아 다시 결제를 도와드리고, 막상 나 자신이 할인을 받으려니 바코드 인식을 어떻게 하는지 헷갈립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급해지고, 그러다 보니 더 늦어집니다.

 

이제는 병원에서도 키오스크가 대세입니다. 워낙 노인분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보니 곳곳에 안내하는 분들을 배치해두긴 했습니다. 입구에서 QR체크인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데, 진료 접수와 수납, 처방전과 영수증 발행, 주차 등록 등 병원에서 필요한 거의 모든 과정에서 키오스크를 거쳐야 합니다. 안 그러면 번호표 뽑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사실이나 채혈실처럼 안내하는 분이 없는 곳에도 어김없이 키오스크가 환자들을 기다립니다. 진료카드나 바코드가 있는 영수증이 있어야 대기 순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기 순서를 받지 않고 기다리다가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게 된 후 화를 내는 분들도 보입니다. 바코드만 대면 그 사람이 채혈을 해야 하는지,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해당자가 아닌지를 가려낼 수 있으니 병원 입장에서는 꽤 편리해 보입니다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노인과 환자들에게 키오스크는 친절하지 않습니다.

 

햄버거 가게, 커피숍, 일본 라면 집뿐만 아니라 고깃집을 겸하고 있는 비교적 큰 규모의 식당에서도 키오스크로만 주문이 가능한 매장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키오스크 바로 옆 카운터에 직원이 서 있지만, 뭔가를 이야기하면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한다고 합니다. 직원은 주문이 들어오면 음식만 만들고, 주문과 서빙은 손님이 알아서해야 하는 효율적인’, ‘비용 절감시스템입니다.

 

휠체어 이용자에게 키오스크는 또 다른 장벽입니다. 키오스크 평균 높이가 비장애인 성인 키에 맞춰져 있다 보니 화면을 제대로 읽기조차 어렵고, 시각이나 청각 장애인에게는 아예 무용지물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터치스크린 기반 키오스크에서 메뉴의 위치, 결제 버튼, 카드 투입구 등을 알 수 없고 이를 안내하는 올록볼록한 점자나 음성 안내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정보취약계층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이 기기들의 접근성 수준은 평균 59.8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이는 일반 국민의 평균 접근성(100)을 기준으로 삼은 수치로, 다시 말해 장애인이나 노인 등 정보취약계층은 키오스크 이용을 2배 가까이 어렵게 느낀다는 뜻입니다.

 

서울의 어떤 복합문화공간은 그 공간의 전용앱을 설치해야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본인 인증, 위치 정보 서비스 제공부터 회원 가입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황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입구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돌아 나왔지만, 강제로 앱을 깔고 사용하면서도 혜택이 많아서 좋다는 반응이 많은 걸 보고 나니 누가 이상한 것인지 혼란스러워져 버렸습니다. 키오스크와 앱이 일상화된 것 같지만 QR체크인조차 어려운 사람은 여전히 많습니다. 모두가 네이버, 카카오 가입자가 아닐뿐더러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전화 한 통으로 출입 인증을 끝낼 수 있는 안심콜처럼, 문턱을 낮추고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의 세심함이 무엇보다 필요한 요즘입니다.

 

 

 

정지은

문화평론가.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여러 방식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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