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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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디아스포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특별 기획 프로젝트

[접속;디아스포라]

 

일상 생활 속에서 쓰고 있는 수많은 단어 속에서 '디아스포라'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마련한 코너,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가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통해서 어떻게 풀이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낯설지만, 이제는 낯설 수 없는 디아스포라를 일상 언어를 통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쉬운 언어로 써주신 단어 풀이, 정지은 문화평론가가 필자로 함께 합니다.

디아스포라 '단어' 이야기, 함께 읽어 보아요.  

 

 

[접속; 디아스포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사내매점, 공짜 커피가 제공되는 직원 전용 카페, 안마의자, 수면실, 헤어샵, 금액 제한 없는 식대, 통신비 지원, 주차비, 택시비 지원요즘 잘 나간다는 스타트업의 채용 공고에서 자주 보이는 직원 혜택들입니다. 읽다 보면 회사에서 별걸 다 해준다싶으면서도, 자유로운 복장으로 웃으며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진이 진짜일까 한 번쯤 의심해보게 됩니다. 결론은 어차피 회사 일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니 저런 혜택이라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부러움으로 끝나지만요.

1970,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온몸으로 외쳤던 전태일의 이야기가 애니매이션으로 제작된 2021년이지만 여전히 근로기준법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30만 곳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노동부 2019년 통계)에서 일하는 356만 명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가운데 6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 2062명 중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한 노동자가 전체 사망자의 24.2%를 차지합니다. 50인 미만으로 확대하면 63.2%, 300인 미만까지 포함하면 83.6%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작은 회사에 다닐수록 산재의 위험에 매우 크게 노출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빠져있습니다. 심지어 작년에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역시 5인 이하 사업장은 제외, 50인 이하 사업장은 3년간 적용 유예입니다.

그러니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정근로시간 준수, 시간외·야간·휴일 가산수당, 연차유급휴가, 해고 보호,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등 근로기준법에서 최소한으로 보장하고 있는 주요 조항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노동법 사각지대입니다. 사업장의 귀책사유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했을 때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는 휴업수당조차 5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올해 개천절과 한글날이 대체 공휴일로 새롭게 지정될 때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됐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법적인 도움이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걸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근로기준법은 최소의 기준일 뿐이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은 얼마든지 자율적으로 혹은 노사 합의에 의해 시행이 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 기준 이하가 문제가 되는 것이지 기준 이상은 재량권이 충분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근로기준법을 최소한의 기준이 아니라 딱 그만큼의 기준으로만 생각합니다.

사실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공공 기관이나 대기업에서 일하지 않는 한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많습니다. 백신 휴가만 해도 그렇습니다. 공공 영역 종사자는 백신 접종 시 2일까지 유급휴가를 쓸 수 있지만, 민간에는 권고사항이고 별도 정부 지원도 없기 때문에 개인의 연차를 써야 합니다.

이렇게 팍팍한 현실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은 마법의 단어처럼 작동합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면 근로기준법도, 전문가인 노무사의 조언도 힘이 없습니다. 영세사업장의 경제적, 행정적 부담을 고려해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구별해놓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법외로 둘 수는 없을 겁니다. 법이 바뀌는 속도는 아주 느리지만, 지역별 5인 미만 사업장 실태조사부터 차근차근 다른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재택근무, 탄력근무제, 유연근무제, 4일제 도입 논의도 좋지만 이미 있는 법조차 외면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종사자들을 위한 대책 마련과 논의를 시작할 때입니다.

 

 

 

정지은

문화평론가.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여러 방식으로 함께하고 있음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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