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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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라이브러리] 난민을 향한 필요 이상의 돌봄으로서의 환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지난 10년간 다루었던 여러 디아스포라 이슈를 전체적으로 되짚어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변화된 의미를 영화와 함께 살펴보고자 기획한 코너!

 

어려워 보일 수 있는 키워드를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 영화로서 다시 한 번 풀이해보고자 합니다.

그때 그 시절의 디아스포라 이슈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무비라이브러리를 통해 앞으로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무비라이브러리

Movie Library

 

Keyword 8 : 난민 - 환대와 연대

 

 

영화 <이스턴 보이즈(Eastern Boys)>, (2013)

 

여덟 번째로 만나는 키워드는 '난민: 환대와 연대'입니다.

2017년 제5회 디아스포라영화제 포커스 주제가 현재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영화를 통해 함께 보시죠.  

 

 

 

 

keyword 8: 난민 - 환대와 연대

영화 <이스턴 보이즈(Eastern Boys)>, (2013): 난민을 향한 필요 이상의 돌봄으로서의 환대

 

<이스턴 보이즈>는 프랑스 파리의 북부역 주변을 무리지어 배회하는 동유럽 출신 난민 소년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5분여의 긴 시간 동안, 승객들 주변을 수상하게 어슬렁거리는 그들을 멀리서 관찰한다. 그 시선은 그들을 경계하는 역 보안 요원의 시선과 겹쳐진다. 이처럼 그들은 감시해야 할 대상으로 소개된다. 불법 체류자 신분의 그들은 사회복지단체에서 제공한 좁은 호텔방에 묵으며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 출신 보스의 통제하에 불법적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언제든지 추방될 위기에 놓여 있는 그들은 미래가 없는 위태로운 삶을 이어간다. 더욱이 보스는 독자적인 행동을 막기 위해 그들의 여권을 빼앗아 보관하고 있다. 그들은 프랑스 정부의 감시뿐만 아니라 우두머리의 감시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의 소년들에게 가해진 그 이중의 감시는 가혹해 보인다. 그 호텔방은 감옥이나 진배없다.


북부역을 찾은 중년의 게이 ‘대니얼(올리비에 라보르딘)’은 그들 가운데에서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렉(키릴 에멜야노브)’과 몇 번의 은밀한 시선을 주고받은 뒤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다음날 대니얼의 아파트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그의 집을 방문한 건 그가 아니었다. 보스를 필두로 한 소년들은 막무가내로 들어와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보며, 제멋대로 컴퓨터를 만지거나 술을 따라 마시고 침대에 드러눕는다. 그들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서 춤을 춘다. 잠시 후, 약탈이 시작된다. 하나둘씩 가구와 전자제품을 비롯해 돈이 될 만한 모든 물건들을 집 밖으로 가져 나와 트럭에 싣는다. 그런데 대니얼은 그들을 적극 만류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려는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떨며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넋이 나간 듯 말없이 저들의 침탈 행위를 지켜볼 뿐이다. 심지어 춤을 권하는 보스의 요청에 같이 몸을 흔들기도 한다.


며칠 뒤, 마렉은 겁 없이 혼자 대니얼을 다시 찾아온다. 대니얼은 어제의 일을 잊은 듯, 그를 거부하지 않고 다시 문을 열어준다. 대니얼에게 그 두 번째 만남은 그날의 두려움과 맞서야 하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문을 열어주는 순간, 그 만남은 비로소 진정한 환대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대니얼은 주기적인 성관계의 대가로 매달 400유로를 지급하기로 한다. 일면, 그들의 관계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공정한 계약처럼 보인다. 그들은 마치 연인이 된 듯이 함께 잠을 자고 식사를 하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낸다. 특히 대니얼은 마렉에게 꼭 필요한 돌봄을 제공해주는 다정한 어른처럼 보인다. 그는 마렉의 아픈 치아를 들여다보며 신분증이 없어도 검진이 가능한 보건소를 알려주기도 한다. 마렉이 점차 대니얼에게 의지하면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던 섹스는 차츰 그 의미가 변해간다. 그것은 대니얼이 건네는 따뜻한 돌봄의 제스처로 환유된다. 


어느 날, 마렉은 대니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체첸공화국으로 이주해 살았으나, 러시아의 침략 전쟁으로 인해 부모를 모두 잃었다. 그는 당시의 참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대니얼은 더 이상 그의 몸을 예전처럼 탐할 수가 없다. 먼 나라의 참혹한 현대사가 마렉의 몸에 각인되어 불쑥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마렉과의 잠자리를 거부한다. 마렉은 대니얼이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원하지 않자,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제야, 그 관계의 불평등이 수면 위로 불거진다. 그것은 계급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불평등했다. 대니얼은 더 이상 그와 같이 동침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그만의 방을 만들어주겠다고 안심시킨다. 그리고 앞으로 ‘화대’가 아니라 ‘용돈’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마렉에 대한 경제적 조력의 의미는 시장 가치에서 돌봄 가치로 변한다. 


대니얼과 마렉의 동성애적 욕망은 전혀 다른 계급적 위상에 존재하는 그들이 서로의 세계를 깊이 여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계기가 된다. 마렉에 대해 더 알고자 여러 질문들을 던지는 대니얼의 태도는 그 돌봄의 범주를 확장한다. 동성애는 관계를 규정짓는 닫힌 성적 욕망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열어젖히는 여행의 통로로 전환된다. 이제 대니얼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 그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동성혼이 가능한 프랑스이지만, 그는 연인이 아니라 아버지가 되는 선택을 하며 마렉을 분명한 돌봄의 대상으로 상정한다. 그 입양은 불법 체류 중인 외국 소년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결의를 드러내는 필요 이상의 돌봄이다. 입양을 선택한다는 것은 난민을 향한 자비와 자선에 머물렀던 돌봄의 한계를 넘어 연대로 나아가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우리가 난민을 진정으로 환대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중한 물음을 던진다. 

 

 

 

 

 

 

김경태

연세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영상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친밀한 유토피아: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가 욕망하는 관계성』을 썼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객원연구원,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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