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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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라이브러리] 함께 어울리는 시간 속에서 친숙해지는 낯선 존재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지난 10년간 다루었던 여러 디아스포라 이슈를 전체적으로 되짚어보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변화된 의미를 영화와 함께 살펴보고자 기획한 코너!

 

어려워 보일 수 있는 키워드를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중 영화로서 다시 한 번 풀이해보고자 합니다.

그때 그 시절의 디아스포라 이슈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무비라이브러리를 통해 앞으로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무비라이브러리

Movie Library

 

Keyword 9 : 이주자 혐오

영화 <노프라블랜드(Noprobland)>, (2019)

 

아홉 번째로 만나는 키워드는 '이주자 혐오'입니다.

2018년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강연 주제가 현재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영화를 통해 함께 보시죠.  

 

 

 

 

keyword 9: 이주자 혐오

영화 <노프라블랜드(Noprobland)>, (2019): 함께 어울리는 시간 속에서 친숙해지는 낯선 존재

 

2018년,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자국의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이들의 난민 지위 허용 여부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반대 진영은 그들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무슬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거나 그들의 난민 신분 자체를 의심했다. 이것은 언론 매체를 통해 이슬람 국가들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의 과잉 가시화로부터 기인한다. 예멘 난민들은 각자의 고유한 삶과 꿈이 있는 개별자로 소환되지 않으며 그저 광신적인 테러 집단으로서의 무슬림을 환유할 뿐이다. 그러나 개인은 결코 그가 속한 국가, 인종, 종교 등의 집단적 속성으로 단정될 수 없다. 양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프라블랜드>(2019)는 단일화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가 아니라 행복한 일상을 영위하고자 애쓰는 개인으로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리하여 그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대등하게 마주할 때, 이주민이라는 낯선 존재는 더 이상 무조건적인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영화는 예멘 난민 신청자 3인, 즉 ‘오마르’, ‘아드난’, ‘아스카’의 일상을 좇는다.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들과 함께 보낸 날들을 기록한다. 먼저, 오마르는 본국에 두고 온 가족들이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일자리가 시급하다. 비자가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일용직 노동으로 한정적이지만, 그마저도 찾기가 힘들다. 제작진은 주변을 수소문하면서 그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고자 애쓰지만 매번 퇴짜를 맞을 뿐이다. 비록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작진과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거나, 도움을 보태려는 주민들의 진심을 마주하면서 위안을 얻는다. 하루 동안의 짧은 여정을 통해 오마르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 환대의 기억은 앞으로의 막막한 삶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것이다.


다음으로, 아드난은 독립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새벽부터 촬영을 한다. 아빠 역할을 맡은 그는 아역 배우와 부녀 지간으로 연기 호흡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아이는 검은 피부의 외국인 남성인 아드난을 무서워한다, 급기야는 울음을 터트린다. 서로 다정하게 손을 잡거나 포옹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심은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그래서 친해지기 위해서는 함께 어울리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함께 보낸 시간을 통해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며 나아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걸 아는 아드난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촬영이 진행됨에 따라,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금세 아드난에게 마음을 연다. 아드난은 아이가 미래에 훌륭한 배우가 될 거라고 단언한다.


한편, 예멘의 킥복싱 국가대표였던 아스카는 과거에 시합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제주도에서도 킥복싱 선수로서의 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다행히도, 어느 체육관에서 관장의 배려로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할 수 있게 되고, 드디어 시합에도 출전할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뜻밖에도, 체육관은 그에게 운동할 기회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족까지 선사해준다. 그곳에서 그는 꿈을 키우고 외로움을 달랜다. 관장은 아스카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에서 식사를 했던 경험을 떠올린다. 그것을 계기로 더 이상 아스카는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대등한 인간으로서 더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아가 자신의 자식이 태어나면 아빠의 외국인 친구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같이 손을 잡고서 걷고 싶다고 말한다.


<노프라블랜드>의 제작진들은 난민들을 관찰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의 삶에 개입한다.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그들과 친분을 쌓았고, 그래서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로서 그들과 소통한다. 언론 매체가 객관적 거리를 두고서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논쟁을 다루는 것과는 분명히 다른 시각이다. 물론, 난민들의 힘들고 안타까운 상황을 다루며 그들을 옹호하고 있지만, 한국이 제정해 놓은 난민법에 따라 인도주의적으로 그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법리적이거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다. 즉, 난민 인권 쟁취라는 거창한 대의를 가지고서 함께 투쟁하기보다는 그들이 타지에서 외롭지 않도록 친구로서 곁을 지킬 뿐이다. 이를 통해 난민들 역시 우리와 다름없는 평범한 인간임을 보여준다. 강조컨대, 그들은 혐오해야할 대상도, 불쌍히 여겨야할 대상도 아닌, 그저 우리처럼 가족을 지키고 희망을 품으며 꿈을 좇는 그런 인간일 뿐이다.

 

 

 

 

 

 

 

김경태

연세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영상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친밀한 유토피아: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가 욕망하는 관계성』을 썼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객원연구원,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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