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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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라이브러리] 난민으로 살아남기 위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비라이브러리

Movie Library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는 디아스포라 영화를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무비라이브러리가 도와드립니다.


 이번 무비라이브러리에서 네 번째로 선정한 작품은 바로 

 

 

내전을 피해 고국을 떠나온 한 시리아 난민이 여러 난관에 부딪히며 가족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 
<아포리아(aporia)>, (2022)입니다.​

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상영한 화제작이기도 한데요.
한국 사회에서의 난민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아포리아(aporia)>,
무비 라이브러리를 통해 함께 보시죠!


난민으로 살아남기 위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주형 감독의 <아포리아>는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림’의 우여곡절을 상세히 묘사한다. 그는 내전 중인 시리아를 벗어나 독일로 가기 위해 한국을 경유하던 중 위조 여권이 발각되어 구금된다. 그는 하루빨리 독일로 가서 시리아에 두고 온 아내와 두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기에 마음이 조급하다. 구금 시설에서 아내와 연락이 닿지만, 아들이 총상을 입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만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임시 체류 허가를 받고 출소한 그는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난민 인정 신청을 하고 일자리를 찾는다.

하림은 다른 절대다수의 난민 신청자처럼 결국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하고 만다. 그럼에도 그는 난민으로서 상대적으로 운이 좋아 보인다. 곤경에 처할 때마다 일련의 조력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와 같은 아랍계 이주민들인 ‘유세프’와 ‘리야드’의 도움을 받으며 낯선 한국 생활에 좀 더 수월하게 적응해 간다. 싹싹한 성격에 한국말이 유창한 유세프는 무슬림이면서 생존을 위해 교회까지 나가는 처세술로 한국 사회에 잘 동화되어 살아간다. 요르단 출신의 리야드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에 한국에 왔지만, 현재는 외국으로 떠난 아버지와의 연락이 끊긴 채 아버지가 진 빚까지 떠안고서 불법 체류자가 되어 힘겹게 살고 있다.

한편, <아포리아>에서 하림의 주변 한국인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먼저, 난민 면접 심사관처럼 난민 신청 외국인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경계하는 부류로, 한국 사회의 난민을 향한 경계와 구조적 폐쇄성을 담보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하림이 일하는 중고 자동차 부품 업체의 사장이나 교회 목사처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주 노동자나 난민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들을 이용하는 부류이다. 사장은 이슬람교도인 하림과 리야드를 무작정 교회로 데리고 간다. 교회에서는 그들에게 환영의 박수를 보내지만, 하림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장면에서 이주 노동자나 난민을 선교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목적의식이 분명히 묘사된다. 교회는 그들이 한국에 온 것을 하느님이 보내준 기회로 여긴다. 다시 말해, 하림의 입장에서는 비록 난민 지위를 승인받지 못했더라도 교회 공동체의 환대를 받으며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만, 거기에는 개종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비록 하림은 술을 마시고 교회에 갔지만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료들은 그를 변절자로 낙인찍고서 이슬람 사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그리하여 하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는 리야드와 유세프뿐이다. 그중에서도 리야드와의 관계는 좀 더 특별해 보인다. 하림은 아들을 돌보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구하지 못한 죄책감을 덜어내려는 듯이 리야드의 보호자를 자청하며 그를 챙긴다. 심지어 리야드의 빚까지 대신 갚아준다. 리야드는 하림의 죽은 아들을 대신하면서 그들은 유사 부자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데 그마저 지켜내지 못하는 비극적 상황에 처한다. 단속반이 뜨자, 하림은 리야드의 도주를 돕지만 결국 리야드는 교통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만다. 하림 입장에서는 두 명의 아들을 연달아 잃게 된 것이다. 교회에서는 리야드의 장기 기증을 설득하기 위해 튀르키예로 간 하림의 가족들을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으로 데려오겠다고 하지만, 리야드를 그냥 보낼 수가 없는 하림은 그들에게 분노한다. 이미 리야드도 가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림은 이내 장기 기증을 허락한다.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터키에 있는 아내와 딸을 한국으로 데려오고자 애쓰지만 녹록지 않다. 자신이 고용한 브로커에게 전 재산을 털리고 만 것이다. 궁지에 몰린 하림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종교적 신념을 버리는 타협을 할 수밖에 없다. 비난을 무릅쓰고 그들의 선교를 위한 도구가 되어주기로 한다. 드디어 가족을 만나러 공항으로 가는 날, 출입문에 누군가 기독교인 표식을 커다랗게 해놓은 것을 발견한다. 페인트로 지워냈지만 차려입은 정장에 그 페인트가 묻고 만다. 그것은 낙인처럼 쉬이 지워낼 수 없는 깊은 상처를 표상한다. 

공항에 온 그는 환영 플래카드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는 교인들 앞에 선다. 잠시 후, 교인들의 환호성이 들려오고 하림의 눈시울은 젖어 든다. 영화는 감격에 겨워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 한 채로 끝을 맺는다. 가족과 마침내 상봉하며 포옹하는 감동적인 장면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린다. 그것은 간절했던 조우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불완전한 해피엔딩이다. 영화는 시련을 극복하고 맞이하는 상투적인 감동으로 그의 깊은 상처가 축소되거나 가려지지 않도록 결말을 열어 둔다. 오롯이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가족을 구한 것이 아니라, 리야드의 죽음을 본의 아니게 이용하고 종교적 신념까지 포기한 대가로 얻게 된 선의 덕분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난민 인정조차 받지 못한 그와 가족의 지난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경태)

김경태
연세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영상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친밀한 유토피아: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가 욕망하는 관계성』을 썼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객원연구원,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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