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FF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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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라이브러리] 착취의 연쇄에 갇힌 난민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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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는 디아스포라 영화를 친근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무비라이브러리가 도와드립니다.

 2024년 네번째 무비라이브러리에서 선정한 작품은 바로 

제11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상영작이었던

​<토리와 로키타(Tori and Lokita)> (2022)​입니다.

 

 

<토리와 로키타> - 착취의 연쇄에 갇힌 난민의 초상

아프리카에서 벨기에로 밀입국하는 배에서 처음 만난 소년 ‘토리’와 소녀 ‘로키타’는 친남매처럼 서로 깊이 의지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고아인 토리는 주술사가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학대를 당했던 사실을 인정받아 난민으로서 체류 허가증을 받은 반면에, 로키타는 여전히 난민 심사를 받고 있다. 사실 그녀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한 돈을 벌 목적으로 벨기에에 왔기 때문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로키타는 토리와 친남매 사이라는 거짓말을 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탈출을 도왔다고 주장한다. 토리는 예행연습을 함께 하며 그녀를 돕지만, 거짓말에 서툴고 공황장애까지 있는 로키타는 좀처럼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는 심사관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다. 

그런데 로키타는 동생의 입학금 마련이 당장 시급하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라 정식 취업이 불가능하기에 대마초 판매책이라는 불법적인 일로 돈을 모은다. 학교를 다니는 토리도 시간이 날 때마다 그녀의 일을 돕는다. 물론 경찰에게 발각되어 본국으로 추방될 위험을 각오해야한다. 더욱이 공권력의 감시는 유색인종에게 보다 엄격하게 작동한다. 그들은 무단 횡단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게 붙들려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로키타가 피해야할 대상은 경찰만이 아니다. 그녀는 일거리를 준 마약업자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힘들게 모은 돈 대부분을 밀입국 브로커에게 빼앗긴다. 불법 체류자의 불안정한 신체는 취급받지 못하며 착취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그녀는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 죽어도 상관없는 벌거벗은 생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로키타의 엄마는 그녀가 어떤 처지인지는 관심이 없는 듯 전화를 해서 돈을 빨리 보내라고 닦달한다. ‘진짜’ 가족은 그녀를 낯선 땅으로 홀로 보내놓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한다. 이처럼 로키타는 연쇄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중이다. 대마업자-브로커-가족의 굴레에 갇힌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은 불안함이다. 그녀의 공황장애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제 로키타가 기댈 곳은 토리뿐이다. 토리는 로키타를 진심으로 위로하며 아무런 대가 없이 물심양면으로 보살핀다. 로키타에게 그는 모든 역경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안식처이다. 이제 그녀의 소박한 꿈은 체류 허가증을 받아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토리와 함께 사는 것이다. 토리만 있다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로키타는 더 많은 돈과 더불어 위조 체류 허가증을 받기 위해 대마초를 불법 재배하는 공장에 3개월 동안 감금된 채 관리하는 업무에 자원한다. 뒤늦게 토리와 통화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열악한 근무 환경보다 토리와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더 힘들다. 때마침 공장을 찾아낸 토리가 환풍구를 통해 들어와 그들은 재회하지만 결국 들통이 난다. 마약업자들을 피해 함께 도주를 하며 로키타는 끝까지 토리를 지켜낸다. 그 과정에서 로키타는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영화는 로키타를 살해한 마약업자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의 체포와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로키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로키타의 장례식에서 토리의 목소리를 통해 체류 허가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그녀를 불법적인 일과 착취의 연쇄로 내몬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다. 범죄율 상승을 이유로 체류 허가증 발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정말로 범죄를 키우는 건 난민이 아니라 난민의 착취를 방조하고 방관하는 사회라고 말한다. (김경태)

 

김경태

연세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영상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친밀한 유토피아: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가 욕망하는 관계성』을 썼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객원연구원,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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