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브러리] 전쟁이 앗아간 용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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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라이브러리] 전쟁이 앗아간 용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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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섯번째 무비라이브러리에서 선정한 작품은 바로

넷플릭스 단편 다큐멘터리, <우리의 용기를 위한 캠프>(맥스 로우, 2023)입니다.

<우리의 용기를 위한 캠프> - 전쟁이 앗아간 용기를 찾아 떠나는 여정

넷플릭스에 공개된 단편 다큐멘터리인 <우리의 용기를 위한 캠프>(맥스 로, 2023)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에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에서 난민 생활을 하는 10세 소녀 ‘밀라나’와 그녀의 할머니 ‘올가’가 등장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 20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서쪽으로 피난을 떠났고, 그중 최소 16만 5,000명이 슬로바키아로 넘어갔다. 밀라나와 올가도 그 일부로서 그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 영화는 그들이 함께 난민들을 위한 산악 캠프에 참가해 삶의 용기를 쟁취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공교롭게도, 밀라나는 우크라이나가 내전 중이던 2015년 1월 24일, ‘검은 토요일’로 불리는 마리우폴 공습으로 어머니를 잃었을 뿐만 아니라, 왼쪽 다리가 잔해에 깔려 정강이 아래 부분을 절단해야만 했다. 다행히 지금은 의족을 착용한 채 걸어 다니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벌써 두 번의 전쟁을 겪어내야만 하는 가혹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다. 끔찍한 경험들은 고스란히 자신의 몸에 각인된다. 처음에는 신체의 훼손으로, 두 번째는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는 육체의 뿌리 뽑힘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마음 속 깊이 트라우마를 남긴다.

밀라나는 전쟁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올가와 함께 우크라이나 난민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산악 캠프에 등록한다. 기대감을 잔뜩 안고 도착하지만 막상 자신이 도전해야만 하는 높은 암벽을 보자마자 지레 겁을 먹고 만다. 아무래도 의족을 끼고서 등반에 도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자신에게는 무리라고 울먹이며 돌아선다. 급기야 숲 속 길을 가볍게 트레킹하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다리의 통증을 호소한다. 올가는 울음을 터트린 밀라나를 달래려고 애쓰지만 밀라나는 짜증을 낼 뿐이다.

한편, 캠프의 가이드 역할은 퇴역 군인들이 맡고 있다. 그 중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한 가이드는 자신 역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자신의 트라우마는 저 아이들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자신은 자진해서 전쟁에 뛰어들었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라크 전쟁 당시에 자신이 본의 아니게 현지의 아이들에게 줄 수밖에 없었던 깊은 상처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다. 아마도 그는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서 캠프에 참가한 것일지 모른다. 전쟁에 가담했던 과오를 뉘우친 퇴역 군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은 저 아이들이 다시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 캠프를 통해 군인들과 아이들이 상상적으로 화해를 한다. 서로가 서로의 트라우마를 어루만진다.

마지막 날, 케이블카를 타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손을 떠는 올가에게 이곳이 물속이라고 생각하면 겁이 나지 않을 거라 말한다. 밀라나는 그렇게 조금씩 용기에 가깝게 다가간다. 마침내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한 걸음 한 걸음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딛으며 산 정상에 오른다. 그곳에서 다른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환한 미소를 짓는다. 올가도 뒤늦게 도착한다. 모두가 우크라이나 깃발을 펼쳐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다. 요컨대,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전쟁이 앗아간 용기를 먼저 찾아야만 한다. 평화는 결코 지지 않는 용기 속에서 언젠가 꽃 피울 수 있다. (김경태)

김경태

연세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영상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친밀한 유토피아: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가 욕망하는 관계성』을 썼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객원연구원,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