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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주로미 감독의 작품
<올 리브 올리브(All live Olive)> (2016)입니다.
<올 리브 올리브>: 팔레스타인 난민과의 연대를 향한 결연한 의지
<올 리브 올리브>(2017)의 연출을 맡은 ‘김태일’과 ‘주로미’는 부부 사이다. 그들은 카메라를 들고 두 아이와 함께 팔레스타인 난민촌 안으로 들어간다. 수십 년을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난민들은 자신들의 소유지인 올리브 밭에 수확을 하러 갈 때조차,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비록 가난할지언정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박한 꿈은 멀게만 느껴진다. 이스라엘에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민중 봉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를 잃거나 감옥에 보낸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영토를 지키려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 그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사 차량을 향해 돌팔매질을 한다. 이에 질세라 이스라엘 군인들은 최루탄을 쏘아댄다. 두 감독은 그 순간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낸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한 여건은 열악하다. 부부는 연출뿐만 아니라 촬영까지도 도맡아 하고, 아직 청소년인 자식들만이 그들을 보조한다. 그러한 조건 때문인지, 영상은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다. 카메라는 거칠게 흔들리며 서툴게 인물과 풍경을 담아내면서 영화의 형식적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런데 그것은 감독이 다큐멘터리를 대하는 태도를 대변한다. 부부는 영화라는 매체를 능숙하게 다루는 영화인이기에 앞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이웃으로서 그들 곁에 나란히 선다. 그들의 삶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면서 재현 주체와 대상 간의 위계를 지워낸다.
부부는 철저히 난민들의 시각과 동일시하며 주변을 응시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분리해놓은 장벽을 넘어 가지 않는다. 그들은 난민들의 시선을 경유해 멀찍이 위치한 이스라엘 군인들과 정착민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사원에 불을 지르고 주거지를 무너트린 이스라엘인들을 원망하는 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반면에, 국제 뉴스에서 들을 수 있는, 이스라엘을 향한 팔레스타인의 폭력적인 대응, 즉 하마스와 같은 과격한 이슬람 근본주의 집단들의 테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올 리브 올리브>는 철저히 팔레스타인의 편에 서서 그들이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그동안 당해온 피해를 폭로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영화는 팔레스타인 난민과 이스라엘 군인이 충돌하며 벌어졌던 끔찍한 유혈사태를 생생히 담은 자료 화면을 활용하지는 않는다. 그런 자극적인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과잉된 분노와 슬픔을 유발하며 난민들이 연민의 대상으로 한정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들을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연대의 대상임을 망각하지 않도록 감정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봉기에 앞장서다 죽은 자식들에 대해 담담히 회고할 때, 우리는 오롯이 부모의 표정과 몸짓에 집중하며 그 끔찍한 순간을 상상할 뿐이다. 감정을 절제한 오래 보여주기 방식은 다소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루함은 이성을 벼리며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도록 돕는다.
진정한 연대는 억압받는 상대방의 삶 속으로 묵묵히 들어가서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장난치며 거리를 활보하는 난민촌 아이들은 카메라를 든 부부에게 어디에서 왔으며, 또 나이가 몇 인지를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그것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내는, 이방인의 연대에 대한 다정한 화답에 다름없다. 질문들에 대한 부부의 대답은 외화면에서 들려오고 카메라는 여전히 그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 오랜 응시에서 쉬이 물러나지 않을 연대의 결연한 의지를 일별할 수 있다. (김경태)
김경태
연세대학교 강사. 중앙대학교 영상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친밀한 유토피아: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가 욕망하는 관계성』을 썼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객원연구원, 부산국제영화제 지석영화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